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꼭 하나씩은 있는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몇달 전 엄마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멜라민 분유 사태에 이어 잊혀질만하니까 비스페놀-A(BPA) 함유 젖병 이야기가 흘러나오더니 이젠 또 석면 베이비파우더라는 새로운 충격적 사건이 터졌다.

베이비파우더는 기저귀 사용으로 인해 아기의 엉덩이가 짓무르면 흔히들 바르는 제품인데 이것에 발암 물질이 들어가 있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지하철 공사 현장이나 재건축 현장에서 나오는 줄만 알았던 일급 발암물질인 그것도 석면이 아기들이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에서 나온 것이다. 

누가 분가루 때문에 분통 터지는 일이라고 했는데 딱 공감되는 말이다. 

베이비파우더는 분말이라 호흡을 통해 흡입될 가능성이 있고 공기 중에 잔류할 수 있기 때문에 미량이지만 지속적인 노출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아토피 등 상처 난 피부에 바르면 피부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영유아기에 석면에 노출되면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나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할 청년기에 치명적인 암과 불치의 석면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니 그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로 사용되는 '탈크(Talc)'인데 이미 선진국인 일본, 유럽, 미국에서는 몇년 전에 문제가 불거져 석면이 0.1% 이하로 함유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나라 정부는 아무런 관리기준 하나 마련하지 않고 석면으로 된 베이비파우더가 3년동안 100만개 이상 불티나게 팔려나갈 동안 대체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식약청은 이런 문제점을 4년 전에 알았다고 하는데 그때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서 관리했더라면 4년동안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을텐데...

다른 나라 회사들이 이미 관리를 통해 석면이 함유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책임을 정부에게만 미루는 기업도 마찬가지로 지탄받아야 할 대상이다.

더구나 보령, 베비라, 한국콜마 등의 유명 대기업이 포함되어 있어 그 충격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령메디앙스는 유아용품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 아닌가?

우리집만 해도 이 회사 제품이 거의 80%에 이른다. 물티슈, 로션, 워시, 젖병세정제, 섬유세제, 안심제균, 핸드워시, 구강티슈 등등 어쩜 이리도 많은지...이 제품들을 과연 믿고 쓸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다 버려야 하는건 아닌지...

지난달에 출산한 친구에게 누크 베이비파우더를 선물로 줬는데 아침에 전화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인사를 했다. 알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 소식을 전해듣고 얼마나 미안하고 찜찜했는지 모른다.

대체 우리나라에서 뭘 믿고 애를 낳아서 안심하고 키우란 말인가? 

더 이상 이런 피해와 혼란이 오지 않도록 정부는 철저하게 모든 화장품으로 확대 조사해서 진상 규명해야 할 것이다.

또 기업들도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 보상에 적극 나서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테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잠못 드는 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