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스포츠 매니아가 있어요. 짐작하시듯 바로 우리 남편이랍니다.

운동은 거의 대부분 좋아하지만 축구와 야구를 특히 좋아하지요.

어느 정도냐 하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바로 텔레비전을 켜서 야구경기나 축구경기를 틀어놓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축구경기는 그나마 전반, 후반 45분씩 쉬는 시간까지 합해서 2시간이면 끝나지만 야구경기는 1회부터 9회까지 시간이 3~4시간 정도 걸리잖아요.

그 경기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같이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내 남편이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끔씩 이렇게 잔소리를 해요~ "야구 경기 100경기를 다볼 셈이야?" 라고 말이에요.

그럼 웃으면서 가끔 다른 채널로 돌리긴 하는데 계속 점수 스코어나 중요한 장면을 보려고 텔레비전 채널은 수시로 돌아갑니다.

저한테 그러면서 하는 말은 "넌 왜 드라마를 매일 보냐?" 에요. 참 할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선 스포츠 뉴스를 8시 sbs부터 시작해서 9시 kbs, mbc를 다 봅니다.

스포츠 뉴스에 나오는 내용도 거의 비슷하고 경기 내용도 똑같은데, 어느땐 멘트도 똑같아요.

그런데도 3개 스포츠 뉴스를 다 봅니다. 그리고 나선 컴퓨터 앞에서 또 스포츠 뉴스 기사를 검색해서 다 읽습니다.

무슨 고시 공부하는 사람처럼 아마도 그 날 있었던 스포츠 경기 내용을 다 외우지 않나 싶어요.

국내 스포츠도 그렇고 해외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에요. 박지성이 나오는 축구경기나 이승엽이 나오는 야구경기도 거의 대부분 보려고 해요.

덕분에 전 일본 야구경기까지 보게 되더라니까요. ㅠ.ㅠ

보기만 하냐고요? 물론 아니죠. 직접 축구하는 걸 제일 좋아하죠. 

결혼 전엔 일요일 아침마다 축구하러 다녀서 많이 다투기도 했고요. 축구만 하는게 아니라 또 점심 먹고 점심 먹으면서 술 한잔 하고 그게 두잔, 세잔 결국 일요일 저녁까지 가고...

이건 아니다 싶어 축구만 하고 식사는 저랑 만나서 먹는걸로 했었어요.

결혼하면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물론 축구하는건 못하게 되었지만. 가끔씩 축구하게 해달라고 조르고는 있습니다.

어제, 오늘도 회사 동아리에서 축구한다고 꼭 좀 보내달라고 하는걸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했어요.

제가 애가 돌이 될때까진 조금 더 도와달라고 했었거든요.

남편 취미생활까지 못하게 하냐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그런 저는 애키우면서 취미생활 하나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나요? 24시간 매일 아기와 씨름하면서 힘들어서 지쳐가는데. 그런 저는 보이지 않는지 서운하기도 하고...

다른 집 남편들보다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 이해하면서도 제가 속이 좁아서인지 자꾸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아기가 조금 크면 이제 같이 데리고 다니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걱정입니다. 아빠처럼 저렇게 스포츠를 아주 많이 좋아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물론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고 해야 좋은건 알지만 중독이 되어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운동하는게 나쁜건 아니지만 지쳐가는 아내를 위해 조금만 더 참아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