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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왕짱 우리 오빠들을 위해 닥본사”
〈너무 멋진,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반드시 본방송을 본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하는 방송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하는 행동을 표현한 단어는?
① 스샷 ② 광클 ③ 닥본사 ④ 흠좀무 ⑤ 듣보잡
정답은 ‘닥치고(무조건) 본 방송 사수하자’란 의미의 ‘닥본사’다. ‘스샷’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캡쳐한 그림 파일, ‘광클’은 ‘미친 듯이 클릭하다’란 뜻이다.
‘흠좀무’는 ‘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서운 걸’의 줄임말로 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놀라움을 표현하는 용도로 쓰인다. ‘듣보잡’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녀석’이란 뜻이다.(원래 표현을 순화해서 풀이했다)
암호 같이 보이는 이 단어들은 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주로 인터넷에 게재된 댓글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아 언뜻 봐선 좀처럼 뜻을 알기 어려운 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이런 용어를 모를 경우 친구들로부터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을 만큼 중요한 또래문화가 됐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요즘은 가상세계를 넘어 일상 대화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중학교 2학년 서모(14·대구시 중구 대봉동) 양은 “최신 유행어를 빨리 알아두지 않으면 혼자만 친구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긴다”며 “수업시간에도 이런 말을 섞어 사용하는 학생들 때문에 일부러 인터넷을 찾아보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터넷 신조어를 애용하는 이유는 바로 재미 때문. ‘최고’란 뜻의 ‘우왕굿’, ‘뭐야?’를 뜻하는 ‘뭥미’, 기분이 좋음을 뜻하는 ‘므흣’을 사용하면 일상적이고 지루한 대화도 재밌게 느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중학교 3학년 박모(15·부산 연제구 연산동) 양은 “‘우와∼멋지다’보단 ‘킹왕짱’이란 표현에서 감정이 더 확실히 느껴지지 않느냐”며 “어색하고 지루한 분위기도 ‘킹왕짱’ 하나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판 ‘언어유희’라고 평가받는 신조어도 있다. ‘지못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란 뜻의 줄임말. 비판의 화살을 사전에 막아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상대방을 은근히 무시할 때나 비판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지만 부정적 의미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학생들 사이에선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친구가 엉뚱한 말을 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 ‘이뭐병’ ‘여병추’ 같은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순화하자면 ‘이거 뭐 바보도 아니고’ ‘여기 바보하나 추가요’란 의미. 원래대로라면 욕설이 섞여 있는 말이지만 장난스럽게 친구를 놀릴 때 사용한다.
서 양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빠르고 확실하게 의미 전달을 할 수 있어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장황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거나 긴 문장 또는 단어를 축약해 만든 인터넷 신조어도 있다. ‘놀키충(놀래 키기 충분하다)’ ‘시살생(시험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열폭(열등감 폭발)’ ‘급질(긴급한 질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단어 하나만으로 상황 설명을 대체하거나 대화가 가능해 휴대전화 메시지용으로 자주 쓰인다.
개그맨이 유행어를 만들 듯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다른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학생도 있다. 박 양의 반 친구가 만든 ‘철공(코피가 철철 흐르도록 열심히 공부하자)’은 친구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열공(열심히 공부하자)’만으론 부족한 시대라는 공감대가 인기의 요인이다.
지나치게 인터넷 신조어를 사용할 경우 소통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 서 양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터넷 용어를 사용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모르는 우리만의 언어가 있다는 게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하나의 해방구처럼 느껴진다는 것. 교과서나 시험 문제에도 이런 용어들이 사용되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서 양의 말이다.
자녀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고민하는 부모나 수업 만족도를 높이고 싶은 학교 교사, 학원 강사라면 지금 당장 컴퓨터 앞으로 가 ‘인터넷 신조어’를 검색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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