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서부 도시 팔로알토의 한 저택에서 ‘깜짝 결혼식’이 열렸다. 하객이 100명도 채 안 된 조촐한 결혼식. 하지만 이 결혼식 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주요뉴스로 다뤄질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

주근깨 덮인 앳된 얼굴과 곱슬머리, 후드티로 상징되는 28세 청년 저커버그는 사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평생 온 몸을 바쳐 제품을 만들지도 않았고 여타 글로벌 기업 총수처럼 많은 회사를 거느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상에서 전 세계 수억 명을 연결시킨 것으로 일종의 ‘신화(神話)’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통적 리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저커버그. 그렇다면 그를 명실 공히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의 리더로 만든 ‘진짜’ 리더십은 무엇일까.

개선하고 도전하는 창조 능력

그의 도전은 11세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486컴퓨터(1990년대에 나온 초기 버전의 대중형 컴퓨터)를 선물로 받자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재를 구입해 독학으로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치과의사인 아버지가 병원 업무 처리에 사용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을 제작해 선보였다.

하버드대 재학 중이던 2004년에는 학생들끼리 시험을 앞두고 수업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학생들이 서로 보충설명을 올리며 공부한 결과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 좋은 점수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이처럼 그에게는 ‘창조’와 ‘혁신’의 태도가 일찌감치 몸에 배어 있었다. 불편한 점을 해소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 도전하기를 즐겼던 저커버그. 그는 당시 세계적 인기를 누리던 인터넷커뮤니티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인물검색 기능을 갖추지 않은데서 오는 불편함을 해결한 페이스북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단숨에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IT 리더로 올라설 수 있었다.

18일 페이스북이 미국 나스닥 주식 시장에 상장된 것을 자축하는 기념식 모습

눈앞의 이익보다 확고한 비전을

나스닥 상장과 함께 세계 29번째 자산가가 된 저커버그. 이런 엄청난 성공 뒤에는 페이스북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는 데 매달리지 않았던 현명한 판단이 있었다. 당장의 돈보다는 기업의 미래 가치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것.

2004년 페이스북이 출시되자 1년 뒤 MTV, 야후 등 미국의 거대 기업이 최대 10억 달러(9000억 원)의 큰 금액을 제시하며 페이스북 인수를 제안했지만 그는 완강히 거절했다. 그는 “나와 내 동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개방된 정보 흐름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거대 미디어 기업에 회사를 넘겨 큰 이익을 남기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융합 능력이 곧 리더의 능력

페이스북은 저커버그 외에도 하버드대 동창생 3명이 머리를 맞대고 탄생시킨 합작품. 특징은 이들의 전공과 관심사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저커버그는 컴퓨터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라틴어에도 푹 빠진 경우. 다른 친구들은 역사, 경제학 등 인문사회학을 전공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공학적 재능으로 페이스북의 시스템을 고안하는 한편 인문학적 교양을 두루 갖춘 친구들과 소통하며 페이스북이 어떠한 철학을 담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여해야할 지에 대한 방향을 잡았다. 그는 리더로서 구성원의 다양한 시각과 재능을 융합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줄 아는 안목을 보여줬다.

사람의 얼굴을 한 IT 황제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방, 사람을 연결하고 그들이 중요한 것을 공유하는 데 보탬이 되기’라는 신조를 적어놓았다. 그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잇는 세계 IT 리더로 인정받는 것은 IT 기술의 발전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주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

수익과 공익을 모두 추구하는 언론 산업을 페이스북의 롤 모델로 삼았다는 저커버그는 최근 미국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에 1억 달러(1100억 원)를 기부하는 등 공익·자선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생전에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해 귀감이 됐다.

:: 마크 저커버그는? ::

1984년 미국에서 태어난 저커버그는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정신과의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고교 재학 중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제작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인수·고용 제안을 받지만 거절했다.

2002년 9월 하버드대에 입학한 저커버그는 2004년 하버드대 학생끼리 연락처를 공유하고 인맥을 관리하는 서비스인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이는 순식간에 미국 및 전 세계로 서비스가 확장됐다. 2012년 현재 페이스북 회원은 8억 명에 이른다.

한편 그는 최근 중국계 미국인 소아과의사 ‘프리실라 챈’과 깜짝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