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에 쌓인 눈이 붉은 빛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눈에서 조류 샘플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유럽 중남부의 나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는 알프스 산맥. 하얀 설원(눈이 덮인 벌판)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 알프스 산맥의 한 고원지대가 최근 붉은 빛을 띠는 눈으로 뒤덮여 우려(걱정)를 낳고 있다. 마치 빨간 수박 속을 파내 눈밭에 뿌린 것 같은 모습이어서 현지에서는 ‘수박 눈’ ‘빙하의 피’ 등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빙하의 피? 수박 눈? 이름이 뭐든 알프스의 눈이 붉은 빛을 띠면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최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지역의 알프스는 겨울부터 봄까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으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일부 경사면이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 연구진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미세조류’. 미세조류는 현미경으로만 관찰이 가능한 작은 생물로 광합성(빛을 받아 양분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하며 주로 강이나 바다 등 물에서 발견된다.

알프스 같은 고원지대에서 이 같은 조류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 것과 관련 있다고 본다. 조류는 꾸준한 햇빛과 풍부한 이산화탄소가 주어지면 크게 번성하기 때문.

그르노블 알프스대의 아델린 스튜어트 연구원은 “조류는 모든 생태계의 기초로 많은 양의 산소를 생산하는데, 때로는 균형을 잃을 때까지 번식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바다에서도 적조(플랑크톤이 크게 증식하며 바다나 강 등의 색이 바뀌는 현상)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뼘 더] 붉은 눈, 지구온난화 더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알프스의 붉은 눈은 결국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등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의 결과인 이 붉은 눈이 또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해요.

흰색은 빛을 반사하고, 검정색은 빛을 흡수한다는 사실, 알죠? 여름에 흰색 옷을 입으면 시원하고, 검정색 옷을 입으면 더운 것도 이 때문이죠. 알프스 고원지대에 있는 하얀 설원은 지구로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해주는데, 붉은 눈이 많아지면 오히려 눈이 햇빛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상황이 지속되면 지표면 온도가 높아지고 눈이 녹는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새하얀 알프스 설원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